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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자동차까지 관세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있어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왔으므로 일단 제재의 타겟에서는 벗어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 big3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전기차 시대로의 이동을 위한 R&D 부담으로 지쳐 있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 업체들의 이익을 빼앗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다른 나라 업체들이 이익을 내기는 점차 어려워질 것입니다.

명분이 있어야 관세를 부과하나?

미국의 무역확장법(Section) 232는 “미국의 교역상대국이 전략적으로 위협을 가할 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1962년 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생산의 대부분을 미국 현지화한 상태입니다.

지금은 소형차 및 부품을 수출하는 정도인데 여기서는 수익성이 거의 없고, 미국 업체가 아니라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우리도 소형차는 수익성을 위해 파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업체의 평균 연비를 개선해 이윤이 남는 대형차량을 더 팔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한국에 대한 제재는 명분이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미국이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갑질’을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차 업계의 수익성 하락은 R&D 부담 때문

지난 수년간 미국 자동차 수요는 금리 하락에 따른 차 값 인하 효과로 인해 연간 17백만 대를 상회했습니다. 교체수요 중심인 미국에서 이례적인 판매 호조였습니다. 미국인들은 대부분 돈을 빌려 자동차를 구입하므로 금리 하락은 자동차 가격 인하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차를 미리 바꾼 현상도 있습니다(=pull forward demand). 자동차 할부금융 소득도 상당했었고요. 그만큼 향후 미국 자동차 수요는 꺾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수익률(ROIC)는 2018년 2-3%대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에 따른 R&D 부담 때문입니다. 미국 big3는 아직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늘어날 R&D 부담으로 인해 법정관리를 신청해서 빚을 탕감 받아야 할지 고민할 정도입니다. 이런 R&D 부담을 교역상대국으로 돌리려는 것은 비겁해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정말 제재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자동차 산업이 고용유발 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므로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각국을 상대로 미국차가 잘 팔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차는 미국인들에게만 어울립니다. 기름은 많이 먹고 힘만 좋은 차를 누가 타겠습니까? 트럼프도 이런 사실을 깨닫고 미국 시장을 지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동차 산업 관련해서 한국과 가장 먼저 협상을 통해 미국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미국 경트럭(SUV, Pick-up 같은 light truck) 시장에서의 고율관세(chicken tax) 25%를 2041년까지 인정받았습니다. 한국과의 유리한 협상을 다른 나라에도 주장하겠지요.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차가 한국에서 수월하게 팔릴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국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관세 부과의 근본적인 이유는 R&D로 힘들어하는 미국 big3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트럼프는 자동차를 구실로 한국 정부에 다른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데요. 미국은 한국과 국방비 분담, 무기 구입을 포함해 요구할 것이 많아 자동차 관세 옵션을 그냥 버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남에게 물건을 팔 수밖에 없는 한국의 안타까운 처지이기도 합니다.

©DailyExpress


만일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은?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소형차 및 부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는 연간 16조원 (=136억달러) 정도입니다. 노조가 강한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인건비를 고정비로 감안할 때 공헌이익률은 40% 정도로 추산됩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정부가 소형차, 부품까지도 미국에 와서 생산하라고 하면 대답은 “No”입니다.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폭스바겐이 골프 차종에서 EGR 밸브를 두 개 달아야 하는데 한 개 달고 검사 결과를 조작했다가 망신당했습니다. 소형차의 수익성이 얼마나 얇은지(tight)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국이 이 부문 수출을 포기하고 중단한다면 연간 6조원 가량(=16조원 x 40%) 손해를 입습니다. 현대차의 작년 연결 순이익이 1.5조원임을 감안할 때 큰 타격입니다. 무디스(Moody’s)도 한국이 자동차 관세를 맞으면 GDP 성장률이 0.3%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한국의 GDP는 1,800조원).
 

자동차 관세 현실화 시 미국의 패권이 약화될 가능성

지금까지 모든 나라가 미국의 패권을 인정해 주었던 이유는 남의 나라 물건을 잘 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것이 자동차입니다. 유럽도 미국에 버금가는 자동차 시장을 가졌지만 유럽 사람들은 유럽 대륙 이외의 차를 잘 사지 않습니다. 자존심을 세우는 편이지요. 반면 미국인들은 합리적이어서 가치(value)만 있으면 잘 사줍니다.

자동차는 미국차와 유럽차가 확연히 구분됩니다. 미국차는 쿠션이 좋은 대신 핸들이 흔들거리지요. 반면 유럽차는 핸들을 꺾는 대로 정확히 방향성이 잡히지만 쿠션이 없어 오래 타면 엉덩이가 아픕니다. 한국, 일본의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미국차입니다. 미국인들이 잘 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자동차까지 관세를 치고 나오면 굳이 달러경제를 인정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불만이 고조되면 세계경제 질서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GlobalCarsBrand

김학주
필자 약력
현 KDI 민간 경제자문단 자문위원
현 한동대학교 교수
전 우리자산운용 CIO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전 한국거래소 상장심의위원
전 공무원연금 자산배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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